2년 전입니다. 대학생이었던 어느 여름날. 시험공부가 무척이나 하기 싫었던 기말고사 기간으로 기억합니다.
게임업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던 저는 인터넷에서 한 구인 광고를 발견합니다. 드래곤볼 온라인 서버 프로그래머 모집.
와. 이거다. 드래곤볼이다. 여름 방학에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절 청담동으로 이끌었지요. 그리고 처음으로 경험해본 입사 면접.
통역하시는 분이 있는데도 굳이 유창하지도 않은 일본어로 나를 어필하려 노력했던 그날을 생각하니 아직도 손이 오글거리네요. 그렇게 하이 간바리마스를 외쳐대던 저는 졸업도 하지 않은채 게임업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믿고 뽑아주신 분들에게 아직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2년이 흘렀죠.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클로즈베타와 오픈베타를 경험했고 뒤이은 상용화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뜁니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흔히들 말하는 섭따(서버 다운)와 각종 버그, 점검 등등 이 업계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벤트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정이 많이 들었지요. 이 회사에.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크게 성공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타이틀이 온라인 게임화 되는 중심에 서있었다는데 만족합니다. 내가만든 대기표에 수천명씩 줄서는 그 쾌감이 상상이 되나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아무튼 저는 이제 퇴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작성한 코드만 해도 수천 수만 라인은 될텐데, 이 프로젝트에서 벗어난다니. 글쎄요. 시원 섭섭이란 흔한 단어로 이 감정이 다 표현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얻은 것도 많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 많이 배웠고, 개발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에 어떤 언어로 투입된다고 해도 이젠 겁이 나질 않아요. 음.. 자신감이라기보단 거만한 프로그래머가 된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null pointer 한방에 수만명씩 떨어져 나가는 것을 목격해본 이후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니란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바쁘게 살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꾸준히 번역을 했고 올해 들어선 낮에는 학교 밤에는 회사를 병행하는 강행군을 했습니다. 끝이 안보이던 이 행보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되네요. 올해 저는 졸업을 하고 같은 시기에 퇴사를 합니다. 퇴사한다 소문을 내고 다녔더니 뒤이어 이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앞으로 뭘 할거냐. 어느 회사로 가는 것이냐.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쉬고싶은 마음만 간절합니다. 이제 저는 갑니다. 인사하고 서류에 싸인하는 그 날 바로 훌쩍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네요. 물론 현실은 절 놓아주지 않겠지만요
소속이 없어진다는 불안감이 왜 없겠냐만은 경험해 보지 못한 또 다른 무언가가 날 기다린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내가 아닌 남도 궁금해 하는데 하물며 저 자신은 어떻겠나요.

헐…! 그랬구나.
그런일이 있었구나!
Posted by neloyou on July 16th, 2010.
프로그래머로서의 오빠도 멋있었지만, 그 어떤일을 하더라도 여전히 혹은 더 멋질거야!
Posted by 윰 on July 16th, 2010.
또다른 게임회사가 형을 웨이팅…
Posted by LIBe on July 16th, 2010.
혹이 / 프로그래밍 알바자리는 나에게 주는거야. ㅋㅋㅋ
Posted by bingsoo on July 16th, 2010.
윰 / 그럴거시야 음하하
Posted by bingsoo on July 16th, 2010.
리베 / 오라는덴 있지만..ㄷㄷ
Posted by bingsoo on July 16th, 2010.
ㅊㅋㅊㅋ
이 빌어먹을 핸드폰은
전 세계에서 만드는 회사가 몇 개 없다.
아우… ㅠㅠ
Posted by 아퀴 on July 16th, 2010.
그게 좋은거죠. 희소성!
Posted by bingsoo on July 16th, 2010.
그래! 자네 글을 보니 자소서 쓰는데는 문제 없겠구만!
다음주 봐 ㅎ
Posted by 수호 on July 17th, 2010.
여행 다녀오는거 강력 추천.
Posted by glyph on July 17th, 2010.
수호 / 고기고기고기
Posted by bingsoo on July 18th, 2010.
성재 / 바다라도 보고오고 싶다..^^
Posted by bingsoo on July 18th, 2010.